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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또 6기를 시작하며

    July 25, 2021 • ☕️ 3 min read

    글또 6기를 시작하며


    수다쟁이 문과생

    이과반은 없었던 외국어고등학교 3년을 지나 사회과학계열 학과에 진학했다. 한국어든 영어든 글을 읽고 쓰기만 하는 날들이 반복됐다. 물론 글쓰기가 싫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그렇지만 무의미한 글을 양산해내던 주전공 수업의 글쓰기는 항상 싫어했다.

    주전공을 그토록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다니는 내내 글쓰기는 점차 몸에 배어갔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종강한지 한 달, 그리고 행정상의 대학 졸업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이기도 한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수 년 간 배운 것이라곤 글쓰기 뿐이었다.

    다행히 무엇인가를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한다.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수도 없이 떠오르는 잡생각을 쏟아내듯 글을 써내려가기도 한다. 책을 읽고 (다른)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기도 하고, 3년 째 하루도 빼먹지 않고 쓰는 일기는 매번 노트의 자리가 부족해진다.

    뭐든 말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조금은 불안하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20대를 아쉬워하며 사는데, 이 시간들을 그냥 흘러보내기엔 때때로 궁상을 떨거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한 지금의 모습들이 온전히 남아있지 않은 느낌이다.


    이도저도 아닌 개발자

    뭐 하나 온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20대지만 어쨌든 이제는 개발 지망생이니 당연히 개발을 제일 잘 하고 싶다. 그런데 전공자도 아니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아직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문과생 출신이니 글쓰기 실력과 말솜씨는 그냥 공대생들보다 낫지 않을까? 영어도 잘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들…

    …이 있었지만, 지금 상태는 이도저도 아닌 문과생 개발자가 된 것이다! 🤗 대학에서의 마지막 2년을 글쓰기 과제는 주제가 뭐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전부 대충 내버리고 나머지 시간을 학교 수업이 아닌 개발 공부에만 투자했으니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문과생 출신이지만 글도 어설프게 쓰고 개발 실력도 그냥저냥인 취준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개발 동아리에서 글 담당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글도 못 쓰고 개발도 못하는 어정쩡한 취준생이라니! 절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우아한테크코스 과정에서 다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몇몇 크루들은 부담감 한 가득,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지만 내게는 왠지 글쓰기 과제가 그 어떤 과제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토록 지워내려고 했던 문과생의 피는 속일 수 없던 것일까? 하라는 개발 미션은 미뤄두고 글을 쓰고 또 쓰고, 퇴고하고, 어떻게 써야 남들이 재밌다고 해줄까 고민하며 두 차례의 글을 써냈다.

    물론 아주 만족스럽게 잘 쓰지는 못했지만, 쓰는 과정 자체가 재밌었으니 괜찮다. 가끔은 개발 이외에도 머리 식힐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쓰는 일 뿐 아니라 남들이 내 글을 읽고 나를 알아보는 일도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부끄럽지 않은 글쓰기

    우테코 글쓰기에서 겪은 그런 자그마한 즐거움의 감정 덕에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되찾았던 걸까?

    2년 전, 글또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언젠가 꼭 참여해보리라 생각했다. 나는 글을 자주 썼던 사람이니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글을 계속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우테코 코치님을 통해 6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무척이나 고민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취준생이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되는 걸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시간 낭비 아닐까?

    실은 자존감이 낮았던 것이다. 숨어있는 건 진짜 편하니까. 그런데 언제까지 숨어있기만 할 수는 없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개발 블로그도 꾸준히 써왔으면서,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나만의 보물창고마냥 혼자 꽁꽁 숨겨놓고 있었다. 사는 동안 혼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학생이었으면서, 뭐 하나 똑바로 못한 채 이도저도 아닌 취준생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던 지난 수 년 간 혼나는 게 두려워졌나보다.

    그래서 글또에 용감하게(!) 지원했다. 물론 이미 현업에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시고, 학생인 분들도 개발 경력이 오래된 분들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실력, 내 글에 관심이 없다. 내 수준에 맞는 글을 쓰면 된다. 이제는 억지로라도 내가 쓴 글을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 보라고 쓰는 글’을 양산해낼 필요는 없다. 내게 필요한 글을 쓰되,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다면, 부끄러운 글을 쓰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글쓰기 목표

    특별하게 달라질 것은 없다. 지금까지 써왔던 것처럼, 우아한테크코스 과정에 참여하며 배우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글을 쓸 예정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을 공부하며 뗄 수 없는 react.js, javascript, typescript가 주요 주제가 될 것이며, 팀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풀어나갈 것이다.

    한 가지 더욱 신경 쓸 점은, ‘내가 보기 위한 글’에서 나아가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글’을 작성하고 싶다는 것이다. 유명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 아니 적어도 우테코 글쓰기 근로를 하는 크루들을 보면 글의 내용이 아무리 많더라도 분명 얻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맞닥뜨리는 문제를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내 글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엔 어려웠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 관련 내용을 정리해놨어도, 다음에 똑같은 문제로 다시 찾아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듯이, 꾸준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감에 글을 쓰느라 급마무리된 글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친절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정말 공들인 글. 개발을 모르는 우리 엄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우테코 크루들에게 보여준다면 쏙쏙 이해가 잘 될 글, 담백하면서도 쭉쭉 읽어내려갈 수 있는 흡입력을 갖춘 글. 그런 글을 쓰는 게 내 장점이었으니까. 아무리 딱딱한 개발 포스팅이라 할지라도 글에서 그런 인간미를 갖추는 건 나만의 엣지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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