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2, 2022 • ☕️☕️ 8 min read
6장: 객체 지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여행 중 길을 찾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기능적이고 해결책 지향적인 접근법 -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본다.
2️⃣ 구조적이고 문제 지향적인 접근법 - 지도를 이용한다.
지도 은유의 핵심은, 기능이 아니라 구조를 기반으로 모델을 구축하는 편이 좀 더 범용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변경에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객체지향 개발 방법은 안정적인 구조에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능을 종속시키는 지도의 방법과 유사하다.
자주 변경되는 기능이 아니라 안정적인 구조를 따라 역할 책임, 협력을 구성하자.
훌륭한 구조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훌륭한 설계는 불가능한 요구사항 변경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변경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을 수용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설계에 마련해 놓는 것이다. 설계를 하는 목적은 나중에 설계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며, 설계의 일차적인 목표는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객체지향 접근방법은 자주 변경되지 않는 안정적인 객체 구조를 바탕으로 시스템 기능을 객체 간의 책임으로 분배한다. 객체지향은 객체의 구조에 집중하고 기능이 객체의 구조를 따르게 만든다. 기능이 변경되더라도 객체 간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상 분야를 도메인이라고 한다. 도메인 모델에서 모델이란 대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한 것으로, 지식을 선택적으로 단순화하고 의식적으로 구조화한 형태다. 즉 도메인 모델은 소프트웨어가 목적하는 영역 내의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 다양한 규칙이나 제약 등을 주의 깊게 추상화한 것이다.
도메인 모델은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보는 멘탈 모델(Mental Model)이다.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은 도메인에 존재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현상에 반응하기 위해 도메인과 관련된 멘탈 모델을 형성한다.
최종 코드는 사용자가 도메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 즉 애플리케이션은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돼야 한다. 객체지향은 도메인 모델의 세 가지 측면(사용자, 디자인, 시스템 이미지)을 모두 모델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모델링 패러다임이다. 객체지향은 사람들이 만지고 느끼고 볼 수 있는 실체를 시스템 안의 객체로 재창조할 수 있게 해준다.
소프트웨어 객체는 현실 객체에 대한 추상화가 아니라, 은유를 기반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객체와 현실 객체 사이의 의미적 거리를 가리켜 표현적 차이 또는 의미적 차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객체는 그 대상이 현실적인지, 현실적이지 않은지에 상관없이 도메인 모델을 통해 표현되는 도메인 객체들을 은유해야 한다.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은 사용자가 도메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코드에 반영할 수 있게 하며, 결과적으로 표현적 차이가 줄어들 것이다. 도메인 모델은 코드 안에 존재하는 미로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한다.
도메인 모델이 제공하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도메인 모델의 핵심은 사용자가 도메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해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본질적인 측면을 가장 잘 반영한 사용자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와 코드를 만들면 변경에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결론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하는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설계하면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훌륭한 기능적 요구사항을 얻기 위해서는 목표를 가진 사용자와 사용자의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련의 절차를 수행하는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시스템을 바라봐야 한다.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자와 시스템 간에 이뤄지는 상호작용의 흐름을 텍스트로 정리한 것을 유스케이스라고 한다. 유스케이스는 시스템의 이해관계자들 간의 계약을 행위 중심으로 파악한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능에 사용자 목표라는 문맥을 제공함으로써 각 기능이 유기적인 관계를 지닌 체계를 이룰 수 있게 한다.
사용자 목표가 유스케이스의 핵심이다. 유스케이스는 공통의 사용자 목표를 통해 강하게 연관된 시나리오의 집합이다.
첫째, 유스케이스는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텍스트’다. 유스케이스는 다이어그램이 아니다.
둘째, 유스케이스는 하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들의 집합이다. 시나리오는 유스케이스를 통해 시스템을 사용하는 하나의 특정한 이야기 또는 경로다. 시나리오를 유스케이스 인스턴스라고도 한다.
셋째, 유스케이스는 단순한 피처(feature) 목록과 다르다. 피처는 시스템이 수행해야 하는 기능의 목록을 단순하게 나열한 것이다. 유스케이스는 단순히 기능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연관된 기능을 함께 묶을 수 있다.
넷째, 유스케이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세부 정보를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 유스케이스는 자주 변경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는 배제하고 사용자 관점에서 시스템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다섯째, 유스케이스는 내부 설계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다.
유스케이스는 단지 사용자가 바라보는 시스템의 외부 관점만을 표현한다. 유스케이스로부터 시스템의 내부 구조를 유추할 수는 없다.
유스케이스와 객체의 구조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하며, 이 간격을 자동으로 없앨 수 없다. 유스케이스는 객체의 구조나 책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변경에 유연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스케이스에 정리된 시스템의 기능을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한 객체들의 책임으로 분배해야 한다.
시스템은 사용자로부터 전송된 메시지를 수행하기 위해 책임을 수행하는 거대한 자율적인 객체다. 시스템 안에는 더 작은 규모의 객체들이 협력을 통해 구현된다. 시스템에 할당된 커다란 책임은 시스템 안의 작은 규모의 객체들이 수행해야 하는 더 작은 규모의 책임으로 세분화된다.
도메인 모델에 포함된 개념을 은유하는 소프트웨어 객체를 선택하고, 협력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식별하면서 객체들에게 책임을 할당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를 구현하기 위해 클래스를 추가하고 속성과 함께 메서드를 구현하면 시스템의 기능이 완성된다.
유스케이스는 사용자에게 제공할 기능을 시스템의 책임으로 보게 함으로써 객체 간의 안정적인 구조에 책임을 분배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도메인 모델을 기능을 수용하기 위해 은유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한다.
책임-주도 설계 방법은 시스템의 기능을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들의 협력 관계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유스케이스와 도메인 모델을 통합한다. 견고한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시스템으 기능을 명시하고, 사용자와 설계자가 공유하는 안정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기능을 책임으로 변환하는 체계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
유스케이스에서 출발해 객체들의 협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객체 안에 다른 객체를 포함하는 재귀적 합성이라는 객체지향의 기본 개념을 잘 보여준다. 객체지향은 모든 것을 객체로 바라본다.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객체는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수신할 수 있고 메시지에 응답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도메인 모델이 안정적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도메인 모델을 구성하는 개념은 비즈니스가 없어지거나 완전히 개편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둘째, 도메인 모델을 구서하는 개념 간의 관계는 비즈니스 규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정책이 크게 변경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객체지향의 가장 큰 장점은 도메인을 모델링하기 위한 기법과 도메인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메인 모델링에서 사용한 객체와 개념을 프로그래밍 설계에서의 객체와 클래스로 매끄럽게 변환할 수 있다. 객체지향의 이 같은 특성을 연결완전성이라고 한다.
연결완전성의 역방향 역시 성립한다. 즉 코드의 변경으로부터 도메인 모델의 변경 사항을 유추할 수 있다. 이것을 가역성이라고 한다.
안정적인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시스템의 기능을 구현하고, 도메인 모델과 코드를 밀접하게 연관시키기 위해 노력하라.